2007.5.27~
by 게르드

면도
나는 사실 면도 하는걸 엄청 싫어한다.

보통 모든 남자들이 그럴꺼라고 생각하는데..

이게 엄청 귀찮다.






어렸을떄 생각은

사실 면도라는건 어른들이 하는것이고

나는 어른이 되지 않을꺼야~ 라는 마음에 면도 하기를 꺼려하기 시작했다.

나는 보통사람들보다 좀더 늙게 생겼다, 나이들어보인다는 말을 고등학교떄부터 들었고

내가 봐도 그렇게 보이더라.

즉 성숙한 편이라고 볼수 있는데

그렇기 떄문에 수염도 남보다 빨리 난편이다.

그래서 어떻게 했냐고?

 
 
면도는 하기 싫어 죽겠고=나는 어른이 되기 싫어 죽겠고
 
수염이 숭숭 턱에 털이 숭숭 나 있는걸 보기는 싫고=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모습에 거부감을 느끼고
 
손으로 뽑았다=이러면 어른이 안될꺼라 생각했다.

사실 이거 뽑으면 엄청 아프다.

그래도 나는 면도를 하지 않았다.

그건 20살이 되어서도 안했고

군대를 가면서도 안했고

군대 내에서도 안했고

전역하고 반년이 넘게 안했다.

나는 정말로 면도 하는걸 싫어했다.




아..전에 언제던가..대학생일때일꺼다.

방학이라 피시방 야간 알바를 할때..

부모님께서 내 얼굴을 보시더니 면도좀 해라~ 라고 하셨다.

야간 알바를 해서 그런지 얼굴이 많이 안좋고 수염이 많아서 한번 해보자 싶었다.

처음 면도를 하는데..잘 될리는 없고 

턱밑에 점에서 아주 난감했다.

그리고는 당연히 베였다. 베이고 나서도 아파도 일단 면도부터 끝내자 싶어서 그냥 면도를 쓱쓱 하는데

거울을 보니..

면도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순간 이게 누구냐..하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대충 면도를 마치고 화장실을 허둥지둥 빠져나왔다.

왜 그랬을까..
 
지금은 왜 그런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그 거울에는 성인이 되길 부정하는 내 자신의 나약한 어린애의 모습이 비쳤던거 같다.

한마디로 나는 피터팬 콤플렉스다..




나를 네버랜드로 데려가줘요~

늙고 싶지 않아요~

언제까지 어린이이고 싶어요~


그렇다 나는 피터팬 콤플렉스 에 걸렸던것이다.

언제까지나 부모님의 밑에서 보호 받으면서 살기를 바란.. 그런 20살의 늙은 어린이였다.

언제나 사람이 늙지 않으면 좋을텐데.. 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앞에 인간은 무력하고 나약하고 덧 없는 존재다.

그 흐름은 뭐든지 변화시키고..

저 피터팬 컴플렉스에 걸린 나도 변화 시켰다.

좋은 현상일까?

나는 아직도 그렇다 라고 확실히 말 하지 못하겠다.




나는 작년 11월까지는 면도를 안했다.

정확히는 11월 18일.

그렇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날이다.

저때까지도 나는 면도를 하지 않고 집에 안주하며 부모님께 응석부리며 용돈이나 받아쓰고,

밖에서 열받고 집에서 화풀이나 하는 못된 늙은 어린이였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그런 멍청이 였다.



하지만 그 11월 이후..

나는 면도를 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매일매일 하고 있다.

거울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부정하고 싶지만

이제는 더 이상 면도를 하지 않고 수염을 뽑을수는 없었다.

더 이상 나는 어린이가 아니다.

철 없는 어른이 된것이다.

오늘도 거울을 보면서 너무 빨리 자라는 수염에 투덜 거리면서

수염이 아예 안나게 하는 약은 없을까 하고 고심한다

수염이 안나는 시절로 돌아갈수 없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돌아갈수는 없고

나는 이미 어린이가 아니다.

매일매일 면도 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부정하는 철없는 어른이 되었다.

by 게르드 | 2006/01/22 18:44 | 게르드의 마음같이 (일기) | 트랙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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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Cooller의 나른한.. at 2006/01/22 19:55

제목 : 면도..
면도 (게르드님 글에서 트랙벡 했습니다.) 면도... 솔직히 난 내 수염이 상당히 빨리 자란다고 생각한다.. 한 3~5일 면도 안하면 이미 어느정도 수염이 자라서 턱주변이 거뭇거뭇해진다.. 사실 난 면도를 좋아한다.. 턱을 만질때 느껴지는 수염의 감촉도 좋지만.. 거울을 볼 때 나와는 비슷하게 생긴.. ......more

Commented by Cooller at 2006/01/22 19:56
면도 하니 생각나는 게 참 많군요.. 트랙백 해가겠습니다.
Commented by Karyu at 2006/01/23 00:54
흐음... 면도라... 나도 예전엔 귀찮아서 잘 안했는데... 이젠 밖으로 나갈일 있으면 하게 되는군...쩝 ;
Commented by 네코쨩 at 2006/01/23 17:28
뭐어......전 평생 어린아이로 있고 싶습니다.
최소한 부모님 앞에서만큼은 언제나 어린아이이고 싶습니다. ^^
Commented by 시코쿠 at 2007/08/27 19:16
아 인상 깊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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